어썸스쿨 – (5) 교육에 대한 문제인식, 현재의 관점에서
2017년 7월 3일 3:41 오후문제가 참 많은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특히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먹고 사는 문제는 우리에게 너무나 큰 무게로 다가옵니다. 경제 성장률은 계속 제자리 걸음입니다. 실업률, 특히 청년 실업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가계 부채는 1000조원에 육박했습니다. 지난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으로, 지금의 정부는 ‘창조경제’로 이 위기를 해결해 가려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중요한 문제들이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정치, 남북, 언론, 교육, 환경 등 하나하나 다 나열하기도 힘듭니다. 그러나 먹고 사는 문제가 잘 해결이 안되니까 그 외의 문제들은 사람들의 관심밖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는 이러한 문제들을 잘 해결해 갈 수 있을까요?
우리 나라는 땅덩어리도 작고 자원도 없습니다. 그래서 사람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교육 투자에 우리 사회의 미래가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합니다. 유난히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의 현재 모습에는 이러한 환경적 특성이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사교육에 연간 약 20조원이 쓰여진다고 합니다. 2015년 국가 총예산 376조원의 14.1%인 약 53조원이 교육 예산에(초, 중, 고, 대) 쓰입니다. 복지.고용분야의 예산 30%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있으며, 국방비(10%)보다 15조원 이상이나 더 많습니다. 사교육과 공교육 모두에 엄청난 예산을 쏟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많은 자원을 쓰고 있는 우리나라의 교육은 과연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공교육 이대로 괜찮나?
문제를 제기하기에 앞서 현재의 학교도 좋은 역할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사회성을 기르고 평생을 함께할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합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사회에 나가기 전 작은 사회를 체험하도록 경험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몇 가지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학교교육 현장에서. 지금의 공교육 현장이 한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 지고 있는지 깊이있는 고민을 해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공장형 공교육 시스템의 뿌리는 산업화에 의한 대량생산의 요구, 이를 감당해 내기 위한 대량의 노동인력이 필요하게 된 사회변화로 인해 만들어 졌다고 합니다. 대규모 교실에서 한 명의 교사는 그를 바라보고 앉아있는 다수의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해진 과목과 시간에 따라서 아이들은 교육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전 세계적 시대의 흐름과 공교육 시스템의 형성이 우리나라에서는 ‘입신양명’의 욕구와 결합이 되면서 현재의 경쟁교육, 입시교육, 주입식교육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스템에서는 교육받은 내용을 잘 암기하고 논리력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학생을 대개 우수한 학생이라고 평가 합니다. 높은 순위에 있는 학생에게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높은 순위로 가기 위한 경쟁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모습을 우리나라만 갖고 있진 않습니다. TED 역대 조회수 1위 강연인 켄 로빈슨의 ‘학교가 창의력을 죽인다.’를 보면 현재 공교육 시스템의 문제는 전 세계적인 화두임이 분명합니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좀 더 심각한 상황에 쳐해있습니다. 영어 유치원, 명문 사립 초등학교, 국제중학교, 과학고.외고.자사고, sky.인서울, 좋은 직장.평생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어려서 부터 성인이 될 때 까지 경쟁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 것이 이 나라의 어린 아이들과 청년들의 삶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의 높은 교육열과 그에 따른 자원의 투자는 의도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을 칭찬하는 것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죠? 특히 OECD 회원국 중 의무교육 종료 단계에 있는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읽기, 수학교육, 과학교육 등을 조사하는 PISA(국제학생평가프로그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에서 우리 나라 학생들은 2012년 결과(34개국에서 조사) 읽기 1~2위, 수학 1위, 과학 2~4위로 최고 수준의 학업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한 번 생각해 볼 것이 있습니다. 학업 성적이 좋으면 이것이 자연스럽게 좋은 역량과 인성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인지. 지금의 세상은 여전히 과거와 같은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여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주고 있는지.
물론 그렇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눈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학 안, 밖에서 취업 교육 시장이 굉장히 커지고 있습니다. 노량진 일대 고시학원에는 청년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대학생.청년들은 그동안 하라는 대로 열심히 해왔습니다. 그런데 공적인 학교 교육만으로는 사회에 진입하는 것이 많이 어려운가 봅니다. 이곳에서는 또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요? 이런 상황 속에서 학교 현장에 가보면 정말 속터지는 일이 많이 있습니다. 시대가 이렇게 어렵고, 취업도 안되고, 기회는 점점 줄어드니까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점수를 높이고 더 좋은 대학을 가야 한다는 말만 학생들에게 반복하고 있습니다. 결국 경쟁에서 이겨야만 기회라는 것을 잡을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아이들도 이 생각에 사로잡혀 학창시절을 보냅니다. 왜 세상에는 다른 길도 있다고, 왜 너가 찾을 수 있는 인생의 다른 방식이 있다고 얘기하지는 않을까요.
또한, PISA학업성취도에서는 1위 이지만 이 조사의 또 다른 항목인 ‘학생 행복도’에서는 전체 조사국 64개 국 중 우리나라 학생들은 64위에 올라있습니다. 입시 스트레스로 자살하는 학생까지 생기는 것이 우리 나라의 현실입니다. 수능시험이 끝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생기고 있는 현실은 결코 정상적인 사회의 모습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너무나 무덤덤합니다. 대한민국은 자살률 1위, 이혼률 1위, 성형수술 많이하는 나라 1위의 나라입니다.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끊임없이 누군가와 나를 비교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사회의 모습은 아이들이 교육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열등감에서 부터 시작된게 아닐까 싶습니다. 말그대로 총체적인 난국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어려운 시대이기에 새로운 희망과 빛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이 현재의 문제에 공감하며 새로운 방향의 실천 의지를 가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교육이 중요하다.
‘사람이 가장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변화하고 경제가 성장하고 안정되는 일에 교육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는 기존의 사회환경과 시스템의 변화,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시대정신과 의식수준의 성장 등 많은 요소들의 움직임이 필요합니다. 어쩌면 교육이란 것은 변화를 향한 작은 노력 혹은 시작 정도가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그럼에도 교육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사람은 배우고 익히고 경험하며, 관계 안에서 성장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어린 시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학교 입니다. 이들은 어릴때의 만남과 배움, 경험, 이를 통해 형성된 가치관과 세계관, 습관 안에서 자신의 삶의 방향을 찾아갑니다. 학교는 사람을 만나는 장이 되고 앞으로 향유할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을 만들어 주기도 합니다. 자신의 꿈을 바라보고 직업을 정하고 사회를 읽는 눈을 가지며,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고 싫어하는지 느껴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공교육 현장이 정말 중요합니다.
사회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그래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현재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는 현재의 사회 시스템 안에서 누구도 해당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기에 여기에 대한 올바른 준비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하는 권리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교육 시스템에 무조건적인 비판 보다는 잘하는 것은 더 잘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더 이상 곪지 않도록 서로가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직접적으로 여기에 연결되어 있는 교사, 학부모, 학생이 머리를 맞대야 하고, 나아가 사회 각층에서 교육 분야에 관심을 갖고 함께 대화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소망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 나라의 교육을 받고 성장하는 아이들이 자신의 가능성과 재능으로 사랑하는 일을 찾아 세상을 좀 더 가치있게 만드는 고민과 시도, 나눔이 있는 삶을 실천하며 살기를. 나아가 인류가 이룩한 수 많은 발견과 창작물을 향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놀라운 자연의 신비와 그 원리에 호기심을 품고 광활한 우주 안에 살아가는 한 생명으로서 겸허하고 겸손한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건강하고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기에 어썸스쿨은 사람을 성장시키고 변화하게 만드는 ‘교육’이란 두 글자에 설렘과 흥분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해보고 싶고 해야 할 것도 정말 많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구체적으로 현재 무엇을 하고 있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말씀드리기에 전에, 이 글 ‘교육에 대한 문제인식, 현재의 관점에서’에 이어 ‘교육에 대한 문제인식, 미래의 관점에서’로 다시 찾아 오도록 하겠습니다!
[참고자료]
<내 아이가 만날 미래>, 정지훈 저, KOREA.COM, 2013.
칼럼 ‘한국형 미래 학교가 뜬다’, 문용린, 미래한국. 2015.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