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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청년들은 국.영.수. 만 가르치고 있는가

2017년 7월 17일 1:34 오후

많은 대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해도 청소년기에 접했던 국.영.수 과목을 계속 공부합니다. 과외를 하거나 몇 년 전부터 유행한 교육봉사를 하며 중.고등학생들의 멘토가 되어주기 위함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교육봉사를 통해 비교적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친구들이 좋은 대학생 멘토를 만나는 것이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소외계층에 ‘교육기회의 평등’을위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현재 많은 곳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영.수 과외 형식의 교육봉사가 청소년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교육봉사가 맞는 것인지. 또한 교육기회의 평등이란 것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이런 고민을 하던 와중에 저는 재미있는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지인의 소개로 작년에 6개월 정도 시간을 보냈던 사무실이 있습니다. 이곳은 대학을 갓 졸업했던 저에게도 참 흥미있는 곳이었습니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그곳을 오고가는 사람들은 배울게 아주 많고 대단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유명한 대학교수, 기업의 대표, 유능한 엔지니어 등 상주해 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오고가며 만날 수 있는 사람들도 소위 ‘한가닥’하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이곳에서 3명의 청소년을 만났습니다. 3명 다 여름 방학 때 본 학생들입니다. 한 명은 서울대 재학중이고 몇 개월 뒤에 군 입대를 앞둔 남학생. 한 명은 미국 유학 중인 남학생. 또 한 명 역시 미국 유학 중인 여학생. 이들의 부모님은 각각 삼성전자임원, 사업가, 서울대학교 교수 였습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집안이 부유하고 부모님이 능력있는 집의 아이들은 단지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자기가 관심 있는 분야의 좋은 어른들을 만나고 그들과 교류하는 구나. 또한 그들과의 대화와 그 환경을 보며 다양한 정보를 얻고 스스로를 발전시켜 나가는 구나.’

당시 저는 2014년 부터 시작할 ‘토요일 학교’ 교육 과정을 구상하는 중이었고 이런 현장을 보며 제가 느낀 것을 일반 학교 현장에 있는 많은 학생들에게 전달해 주고 싶었습니다. 학교는 가장 많은 학생들이 그들의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이 생각을 실행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몇 해 전에 보았던 다큐멘터리 하나를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방송에서는 영국 학교의 교육사례를 다루고 있었는데 ‘크레에이티브 파트너십(Creative Partnership)’이란 것을 소개했습니다.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이란 창의교육.창의인재 양성을 목표로 영국 전역에 34개 지부를 운영하고 자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관입니다. 이곳에서 각 지역의 학교와 예술가, 예술 기관들 사이를 연결하고 각 학교에 적합한 프로젝트 기획을 돕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2002년부터 영국 전역 2700여 개의 학교에서 시행중이라고 합니다.

제가 본 것은 초등학교의 교실이었는데 이동수단의 발달에 대해 배우고 있었습니다. 수업 진행은 학생들이 인터넷 검색을 하면서 시대별 이동 수단을 찾고 이것을 프리젠테이션으로 만들어 발표를 합니다. 이때 지역 예술가들은 학생들의 프리젠테이션 기획과 제작을 돕고, 슬라이드 안에 들어갈 사진 들을 함께 구상하고 촬영합니다. 사전에 교사들과의 협의가 되어 있기에 문제없이 교육을 진행할 수 있고 학생들은 보다 흥미있게 교육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저는 하나의 시도, 실험을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제가 교육부이거나 큰 기업 혹은 큰 재단이나 단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영국의 사례처럼 전문적이지는 않은 아주 작은 시도이긴 하겠으나, 다양한 분양에서 의미있는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대학생들을 모아서 학교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면 대학생에게도 청소년에게도 의미있는 경험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2014년 경안고 토요일 학교 1학기 교육에 8주간 3D프린터 모델링, 영화제작, 패션, MOOC, prezi pt, 독서토론, 행복프로젝터, 교육철학 교육을 개설했습니다. 교육 선정 기준은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접하기 힘든 내용, 이를 위해 각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갖고 나름의 경력을 쌓고 있는 대학생들을 모았습니다. 하나의 교육 과정은 4주로 진행되며 학생들은 자신이 관심있는 교육 2개를 골라서 수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이 교육의 특징은 수동적인 이론강의가 아니라 대학생 강사가 주는 정보와 방법들을 기반으로 학생들이 개별 혹은 팀이 되어 작은 결과물을 만들어 간다는 것 입니다. 아래는 각 교육에 대해 강사들이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영상 입니다.

대학생 여러분,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만남과 정보의 기회를 줍시다. 함께!

저는 앞으로 청소년들에게 국.영.수 등의 공부 기회를 평등하게 주는 것, 아니 좋은 대학생 멘토를 붙여서 공부 알려 주는 것이 교육기회의 평등이라고 말하는 시대는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많이 필요하고 우리 나라와 같은 입시 경쟁 체제에서 어쩌면 학생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이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좀 더 본질적으로 앞으로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좋은 대학을 갈 수 있게 동기부여하고 그에 필요한 것을 돕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이 이제는 이야기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젊고 열정있는, 각 분야에서 아직은 미약할지라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준비하는 수 많은 ‘대학생’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국.영.수 뿐만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아이들에게 해줄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약간의 전문성일지라도 학생들은 당신의 말에 눈이 반짝반짝 해집니다. 당신과의 만남을 통해 한 학생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중.고딩 때 공부 잘 했던 사람들만 학생들을 가르치니 우리 사회가 조금은 어딘가에 치우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요? 좀 더 마음이 넓고 여유로우며 다양한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그런 사람들이 사는 세상, 함께 만들어 가보지 않을래요? 현재의 여러분이라면 충분합니다.’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우리나라 학교 현실을 봤을 때 다양한 전공을 연마하는 대학생들이 학교 현장에 들어가서 학생들을 만날 수 있을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교육부나 시.도 교육청에서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짜고 학교에 공문을 보내고 선생님들은 안그래도 바쁜데 조금은? 화가나고.. 이런 반복적이고 소비적인 모습이 아니라 뜻있는 젊은이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저는 가능하다고 확신합니다. 어썸스쿨은 토요일 학교를 통해 이를 실현해 나가고자 합니다. 첫 번째 토요일 학교인 경안고등학교를 시작으로 뜻을 함께 하는 더 많은 동료들을 모으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짧은 이야기 하나를 하고 글을 마칠까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신경숙 작가의 어린시절 이야기 입니다. 그녀는 집이 너무 가난하여 고등학교 시절 산업체특별학급에 진학해 낮에는 전자회사 여공, 밤에는 학교를 다녔다고 합니다. 그런데 회사의 내부 사정이 좋지 않아서 학비를 낼 수 없게 됐고 학교를 결석하게 됐습니다. 무단결석이 이어져 제적 위기에 처했고 당시의 선생님이 신경숙 작가를 찾아왔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그녀의 이야기를 아주 잘 들어주셨고, 반성문을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신경숙 작가는 자신의 짧은 생각이나 일기를 적던 노트를 선생님께 반성문이라고 하며 드렸고, 이를 본 선생님은 신경숙 작가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너는 소설가가 되면 어떻겠니?’ 신경숙 작가는 이 말을 들은 순간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그 순간 밤 하늘에 떠 있는 모든 별이 나한테 쏟아지는 것 같았다.’

정말 멋지지 않나요? 이 한마디로 소설가 신경숙의 인생은 시작되었습니다. 청소년기는 어떤 좋은 어른을 만나고 그와 어떤 대화를 나누고 교감을 하느냐에 따라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시기입니다. 좋은 대학에 대한 희망, 단지 공부와 성적에 대한 동기부여만 받는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희망이 되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대학생들, 우리나라 교육 현실 보면서 욕도 많이 했고 요즘도 많이 하고 계시죠? 그런데 이 문제가 얼마나 어려우면 누구하나 속시원하게 바꿀 수 없는 것인지도 한 번 생각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힘을 모으며, 멀리 있어 보이지만 함께 꿈을 꾼다면 지속적으로 우리 교육 현실과 학교 현장이 조금씩 좋아지지 않을까요? 지금 관심가지고 활동하는 그 일, 혹은 열심히 연마하고 있는 전공의 전문성.. 바로 그것을 통해 학생들을, 학교를 변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제 대학생이 국.영.수 만 잘해서 학생들을 만나는 시대를 조금씩 바꿔가 보도록 해요. 함께! 토요일 학교를 통해 이 일이 가능해질 수 있도록 어썸스쿨도 많은 준비를 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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