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썸스쿨이 젊은이들의 단발성 프로젝트로 끝나지 않기 위해 우리가 앞으로 하게 될 일의 뿌리가 되는 견고한 철학을 굳건하게 세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가진 생각을 비전과 미션에 담으려고 상당히 오랜 시간을 고민했습니다. 현재 정리한 비전과 미션을 명문화 하기 까지 거의 1년 반이란 시간이 걸렸는데요.. 생각 정리를 너무 못해서 시간이 오래 걸린것도 있고, 오래 생각해야 할 만큼 중요한 작업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늦춰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두 명의 창업자 필(황필권)과 섭스(이지섭)가 긴 시간 이 문제로 고민을 한 것은 각자 경험한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섭스는 대학생 시절 IT 창업을 해서 전국 대학생 창업 경진대회 대상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투자도 받고 잘 나가는 팀의 리더였는데 결국 당시 아이템으로 사업하는 것은 포기했습니다. 일단 팀원도 공모전을 참가해 보려고 모았었고 사업 아이템도 그냥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를 구현해 본 것이었다고 합니다. 창업이 쉬운 일이 아니고 엄청난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데 자신과 팀원 모두에게 분명한 목적과 가슴 떨림을 주지 않는 일이라고 판단해서 큰 고민 없이 회사를 정리했다고 합니다. 

저의 경우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때까지 청소년을 위한 비영리 단체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8, 9년 동안 그 단체가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옆에서 지켜보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곳은 처음에 작은 동네 모임으로 출발했는데 매해 성장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로 활동 영역을 넓혔습니다. 그다음에는 전국 각지로, 그 다음에는 세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활동하는 단체가 되었습니다. 그 단체가 가지고 있는 탁월함도 있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곳을 만든 리더들의 흔들리지 않는 철학과 비전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단체의 비전과 미션에 수많은 사람이 마음이 뜨거워지면서 동참하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하나의 조직에 깊숙하게 뿌리내린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위와 같은 각자의 경험과 함께, 이미 공유하고 있는 경험도 있었습니다. TED 강연 중 사이먼 시넥의 ‘위대한 리더들이 행동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보고 많은 영감을 받은 사람이었다는 것인데요.. 이 강연의 핵심 내용인 ‘골든서클이론’에 대해 격하게 공감을 하고 있었습니다. (재미있는건 1년 뒤 합류한 임종규 선장 역시 자신이 만든 교육 프로젝트 메뉴얼에 골든서클이론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놓을 정도로 사이먼시넥에 많이 영향을 받은 사람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만난지 1주일만에 함께 일하게 되었는지도!!)

골든서클이론

골든서클

골든서클은 세 개의 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장 중심에 이유와 목적을 의미하는 why라는 원,
그 바깥에는 방법을 의미하는 how라는 원,
가장 바깥에는 수단이 되는 what이라는 큰 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력을 준 리더나 조직은 안쪽 원에서 바깥쪽 원, 즉 why가 분명하고 명료하게 정리가 된 상태에서 how와 what의 순서로 행동을 이끄는 방식을 취했다고 합니다. 강연자는 애플과 라이트 형제, 마틴 루터킹 목사를 이야기하며 이 이론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어썸스쿨 창업자들이 많은 영향을 받고 당시에는 집착이 있을 정도로 why라는 것에 강박관념을 갖고 있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좀 더 유연한 관점에서 이 이론을 보고 있기는 합니다.)

아무튼 위와 같은 이유로 우리는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왜 어썸스쿨이 만들어졌는지, 왜 이 일에 많은 사람이 함께하길 바라는지를 명료하게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현재 우리가 정리한 비전과 미션은 아래와 같습니다.

vision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mission
사람을 남기다

 

‘비젼이란 우리가 그리는 세상이며 미션은 그 세상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어썸스쿨이 비전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한건 1기 청년 멤버들이 모인 2013년 여름쯤입니다. 거의 모든 멤버가 대학생이거나 대학원생, 갓 대학을 졸업한 어리고 젊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하려고 하는 일에 대한 열정이 모두 대단했습니다. 제가 좀 더 지혜로운 리더였다면 다양한 의견을 잘 수용하고 정리했을 텐데 사실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이 사안을 가지고 오랜 시간 논의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우리 비전이자 슬로건을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서 우리는 홍보 브로슈어를 제작해야 했고 새로운 지원사업에 서류작성도 해야 했습니다. 그 안에 넣을 비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청년 멤버 1기와 비전에 대해 논의 할 당시를 떠올려봤습니다. 화이트 보드와 포스트잇에 많은 걸 적고 전체 메신저 방에도 여러 개의 문구를 공유했었는데, 그중에 가장 보편적이고 평범했던 것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썸스쿨이 하고 싶은 일의 가장 본질적인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사람을 가장 사람답게’ 입니다. 

우리는 피카소가 했다는 ‘모든 아이는 예술가로 태어난다.’ 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가능성과 재능을 존중하고, 다른 사람의 다름을 이해하며 인정하는 다양성의 의미를 동시에 지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나만의 특별함을 인정하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그려봅니다. 나아가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신의 특별함과 다름이 발현되어 세상에 좋은 가치를 남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가장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썸스쿨은 교육이 사람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믿습니다. 우리의 비전을 바라보며 구체적인 미션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하는 시기가 있었는데, 어느 날 섭스와 저는 밥을 먹고 소파에서 평소와 같이 대화하게 됐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닌 기독교 신자였고, 섭스는 불교 이슬람 기독교 힌두교 모두를 포용하는 민족지도자와 같은 면모를 가진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얼굴은 홍록기 씨와 표인봉 씨를 흡사 닮아있습니다.) 당시에 우리가 ‘프로그램’ 잘 만들 생각을 버리고 ‘학교’를 세울 생각으로 어썸스쿨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역시나 ‘왜’라는 질문을 서로에게 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저는 ‘프로그램은 결과를 남기고, 학교는 사람을 남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섭스는 사람을 남긴다는 말이 가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교회를 오래 다녔기 때문에 ‘사람을 세운다, 사람을 남긴다’ 는 표현이 익숙했고(교회 다니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듯) 예수님이 12명의 제자를 남긴 이야기를 섭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교리적이고 깊은 이야기는 아니었지만(그렇게 깊은 지식이 저한테는 사실 없고요), 기독교가 이렇게 몇 천 년 동안 이어져 온 것은 예수님이 남긴 12명의 제자를 통해서였다고 했습니다. 이 짧은 대화를 나눈 이후 ‘사람을 남기다’ 가 어썸스쿨에 너무나 중요한 의미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의 가장 본질이 ‘사람의 변화와 성장’에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지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어썸스쿨, 진짜 학교를 세웁니다.

우리는 이제 자기 가능성과 재능을 발견하여 행복한 인생을 살고 사회에 좋은 가치를 만드는 ‘체인지 메이커’,
그런 사람이 모이고, 사람이 연대하고, 사람을 남기는 학교 ‘어썸스쿨’을 세우려고 합니다.

중학교 시절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 건설현장을 학교에 가는 마을버스 안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 건물은 제가 입학할 때 땅을 파기 시작해서 졸업할 때쯤에는 거의 완공이 되었습니다. 당시에 땅을 저렇게까지 깊게 파야 하는지.. 건물은 언제 세우려고 이렇게 오랜 시간을 땅만 파고 있는 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근데 건물이 올라가는 건,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라 굉장히 높은 건물이었음에도 아주 빨랐던 것이 기억납니다. 지금 돌아보면 보이지는 않아도 깊이 있게, 흔들리지 않게 기초가 되는 뿌리를 내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조금 긴 시간이 걸렸지만, 현재 우리가 세운 비전과 미션을 기반으로 정말 사람이 가장 사람답게 살고, 그 세상을 위해 사람을 남기는 어썸스쿨이 되려고 합니다. 

* 나머지 이야기
중간에 우리 미션이 ‘공교육 시스템의 지속적인 변화’ 인적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문제가 몇 가지 있었는데 일단 우리도 이해하는게 어려웠다는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 공감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며 내린 우리의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직접 사회의 무언가(우리에게는 교육시스템과 교육현장)를 바꾸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교육은 물론이고 사회의 각 영역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남겨지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본질이다. 다만 이런 사람들이 앞으로 성장해서 사회 각 영역에 새로운 시스템, 문화와 분위기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런 과정을 거쳐 ‘사람을 남기다’가 어썸스쿨의 미션이 되었습니다.